끄적거리기

엄마 걱정

oloo 2011. 1. 13. 11:45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나이를 먹다보니 별 것도 아닌 글귀에 쉽사리 눈주변이 젖어든다.

몸이 나약해지는 증거일까나... 몸이 약하면 마음도 약해진다는데...

이 무슨 해괴망측스런 센치미터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