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게임



줄거리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행으로 귀가 멀어버린 성재. 현재 악보 정리 일을 도와주고 있는 그녀는 어느 첼로 앙상블의 리허설에 참관하고 돌아오는 길에 트럭의 경적소리를 듣지 못한 채 앞서 가다가 트럭운전수에게 뺨을 맞는다. 그 일은 어린 시절 술에 취하면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고,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이 되살아나게 한다. 아버지의 폭행은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오빠마저 잃게 했지만,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늙은 아버지를 떠나지 못하는 성재.
오로지 당신의 건강과 욕망에만 집착하는 아버지를 위해 매일 지루하고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으로 숨어든 한 낮의 탈주범과 마주하게 된 그녀는 그 일의 충격으로 인해 오랜 시간 잊고 살아 온
자유의 의미,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원을 다시금 발견하게 되는데... 그날 밤, 또 다시 시작된 아버지만의 화투
놀이에서 그녀는 그 동안 억눌렸던 감정을 분출하기 시작한다!
영화제 소개글.
재개발이 한창인 변두리 도시.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독신의 딸은 아버지와 매일 밤 화투를 친다. 답답한 일상 속에 갇혀버린 여인의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그럴 수 없는 현실은 재개발로 어수선한 마을, 탈주범과의 조우 등 무수한 영화 속의 어지러움으로 대변된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가 본 영화소감
- 일단 소재가 부녀지간의 근친을 주제로 한 오정희 소설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라서 일단은 끌렸고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하희경이란 생소한 배우를 보자마자 내 이상형처럼 필에 꽂혔기때문이다.
탈출구라고는 보이지 않는 감옥같은 곳에서 악보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그날그날 살아가는 성재.
밤마다 이상한 꿈에 시달리고 늘 주변을 맴도는 아버지의 음흉한 눈길과 밤마다 지속되는 아버지와의 목욕
그리고 아버지를 발기시켜 성적욕구를 풀어주는 딸의 행동
(영화속 루벤스의 노인과 여인이란 작은 그림을 보곤하던 성재는 아마도 감옥에 갇혀 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서 자신의 퉁퉁불은 젖을 물려서라도 아버지를 구원하고자 했던 노인과 여인에 나오는 부녀지간을
떠올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어릴적 부부싸움끝에 아버지에게 모진 구타를 당하고 친오빠에게 성적으로 희롱당하는 더러운 환경에서
기어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벙어리가 되어버리고,,, 언제 철거당할지도 모르는 재개발 지구의 오래된
주택에서 동네 꼬마녀석과 그리고 간혹 찾아오는 우체배달부 및 수도검침원 등 남자만 봐도 본능적으로
꿈틀거리던 여인....
우연히 목격한 탈주범에게 옥상 빨래넣은 곳에서 잡히고 무심코 쳐다본 건장한 죄수의 성기를 보고...
밤이면 자위기구로 침대에서 자위를 해대는 여인.
너무도 벗어나고픈 현실에서의 지옥같은 나날들이 오히려 꿈속에서는 자유스럽게 상상의 나래를 편다.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흙탕물에 철벙 누워보기도,,, 벌거벗은 탈주범과 호수가로 도피하는 등의
일탈을 항상 꿈꾸게된다.
아버지를 위해서 하기싫은 개구리 보약 만들기, 밤마다 화투치기, 칼국수 떠먹여드리기,,,,
트럭운전사에게 따귀를 맞고도 한 마디 말도 못하는 가여운 여자.
유일한 낙은 매킨토쉬 오디오를 통해서 듣는 음악,,, 귀머거리에 벙어리인지라 아이러니 하겠지만.
첫 장면과 마지막 엔딩장면은 어디론가 떠나는 기차안에서 그저 넋놓고 앉아있는 성재의 모습으로
맺음을 한다.
산부인과를 나서는 성재... 과연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