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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추모 열기의 비밀
    끄적거리기 2009. 6. 5. 21:56

    -노무현 추모열기의 비밀


    노무현 전대통령의 국민장 기간 중 이 나라에서는 노무현에 대한

    대중적 추모의 열기가 ‘슬픔의 히스테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극히 높게 나타났고, 장례식이 끝난 후에도 그 추모 열기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노무현씨의 임기말이나 퇴임직후의 시기엔 노씨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너무 커서 사람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노무현스럽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할 정도였다.

    그로 인해, 그가 주도하여 만들었던 열린우리당은 2007년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노씨와 연결된 이미지로는 선거에서 필패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노씨와의 연결을 씻어내기 위해 새로운 당명

    으로 재창당했고, 2008년 4월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과거 열린

    우리당에 소속되었던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당에서 노씨의 냄새를

    완전히 털어버리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전개했다.

    노씨가 대통령 재임기간 중 박연차씨라는 기업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4월말 검찰의 소환을 받아 조사를 받고난 후에도

    대중은 노씨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과거 노씨의 동지들이었던

    민주당의 정치인들도 노씨를 옹호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검찰의 수사에 대한 비판을 할 때도 비판의 초점을

    노씨에 대한 수사에 두지 않고 박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현 정권의

    실세들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한다는 점에 두었다.

    노씨가 자살을 택하게 된 데는 자기에 대한 국민의 비판여론과

    지난날 동지였던 정치인들의 자기에 대한 외면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처럼 노씨의 자살이 있기 전날 밤까지도 노씨에 대해

    냉랭했던 이 나라 국민들이 노씨가 자살한 다음날부터 갑자기

    노씨에 대한 애도-추모의 열기를 보이기 시작하여, 장례기간 중

    집단 히스테리에 가까운 고열의 애도표시를 하고, 장례식이 끝난

    후까지도 애도-추모의 열기를 지속시키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왜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언론매체들은 노씨의 서민적 풍모와 ‘풍운아적’ 정치행장,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의 반감 확산을 그런 현상의 주된

    요인으로 해설하고 있다.

    그러나 그 두 가지 요인만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노무현 추모

    열기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그 두 요인보다 더 강하게 작용한

    다른 요인들이 있다. 노무현 추모열기의 비밀을 풀어줄 다른

    요인들로는 다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언론매체,

    특히 TV방송의 애도-추모 유도 작용이다.

    노씨가 자살한 23일 오후부터 TV방송은 그 사건의 보도 해설의

    초점을 노씨 자살 사고의 객관적 보도 해설이 아닌 노씨 생애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데에 두었다.

    일부 TV방송의 앵커는 그날부터 검정 넥타이를 매고 방송했다.

    TV방송은 시간이 갈수록 노씨의 생애와 관련하여 시청자 특히

    서민층 시청자들의 누선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을 대대적으로

    방영했고, 젊은이들의 사회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통로들은 그런 TV방송에 호응하여 노씨에 대한

    동정심을 부각하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감을 조성하는 메시지

    들을 소나기처럼 퍼부어댔다.

    이런 TV방송과 인터넷 통신들은 노씨의 ‘자기를 내던지는’

    처절한 행위와 감상에 약한 우리나라 국민의 심리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노씨에 대한 대중적 애도-추모열기를 조장하는 촉매가

    되었다.

    TV방송들은 노씨에 대한 대중적 애도-추모열기를 자기들이

    조장해놓고서는 다시 애도-추모열기가 높다고 보도함으로써

    밴드웨건 효과까지 조장하면서 ‘남따라 장에 가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군중동조행태를 부채질했다.

    이런 현상은 2004년 봄의 노무현 탄핵 정국 때도 나타났었다.

    이 나라의 TV방송 종사자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별도의

    긴 설명이 필요하나, 어쨌든 ‘TV방송을 장악하면 혁명도 가능

    하다’는 말을 심감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둘째는 노씨의 죽음을 이명박 정부의 고립화에 이용하려는

    반체제세력과 북한의 활동이다.

    남한의 반체제세력과 북한정권은 과거부터 노씨를 자기들의

    목적달성을 위한 정치적 지렛대로 이용하려 했다.

    그들은 노씨가 그런 지렛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여

    2002년의 대통령선거와 2004년의 탄핵정국 때 노씨를 지원했으며,

    노씨가 자기들의 지렛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 지지해주고

    그 역할을 거부하면 배신자처럼 취급했다.

    그들은 이번에도 죽은 노씨를 이명박 정부 고립화를 조장하려는

    자기들의 목적달성을 도와줄 지렛대로 이용하기 위해 활동했다.

    북한의 중앙통신이 5월 25일 새벽에 전하는 바에 따르면,

    김정일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에 심심한 애도’를 표했다.

    이러한 중앙통신의 보도는 현직 대통령인 이명박씨를 ‘역적 패당’

    이라고 호칭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러한 김정일의 조전은 남한 내 종북파가 죽은 노씨를 이명박

    정권 공격에 이용하기 위해 활동했음을 시사해준다.

    또한 종북파와 계보가 다른 반체제세력도 노씨의 자살을 이명박

    정권에 대한 공격 호재로 이용했다.

    이러한 반체제세력과 북한의 활동은 탄핵정국 때 노무현 옹호

    열기를 한층 더 높게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노무현 추모

    열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고 지속시키는데 한 역할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는 노씨의 자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이다.

    이명박 정부는 아마도 노씨의 자살과 관련하여 정부에 향해지는

    비판적 시선을 약화시키기 위해서거나 이 대통령의 관대함을

    과시하기 위해서, 노씨의 장례식을 국민장으로 하기로 결정했고,

    장례식 장소를 서울로 해줄 것과 장례식과 별도로 노제를 서울

    광장에서 개최하도록 해달라는 노씨 추종자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다.

    노씨의 자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대응은 노씨를 미화-

    찬양하고 자기들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정치적 자해행위에 해당한다.

    노씨에 대한 국민장의 결정으로 인해 노씨는 자기에게 밀려오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자살한 범죄피의자에서 국가적 대의를 위한

    순절자로 격상되었고, 장례식에서는 죽은 노씨를 미화 찬양할

    수밖에 없으므로 ‘훌륭한 전임 대통령’ 노씨와 반대되는 정책노선을

    취하고 노씨를 수사하여 살 수 없도록 만든 현 정부는 국민장을

    통해 스스로 ‘못된 정부’임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자인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장례식을 거행하게 되면 노씨의 운구차가 김해와 서울을

    왕복하게 되어 그 왕복하는 연도에서 노씨를 애도-추모하는 열기는

    자연스럽게 고취되게 되었다. 게다가 서울광장에서의 노제는 노씨

    추종자들에 의한 노씨의 미화-찬양이 국민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었다.

    노씨의 서민적 풍모나 ‘풍운아적’ 정치행장,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더불어 이들 3가지 요인들이 작용하여 노씨는

    국민의 조롱 대상이 되고 범죄혐의에 쫓기는 실패한 전직

    대통령에서 일약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한 대통령’으로 자리 잡을

    이 시대의 위인으로 부활했다.

    이러한 일들이 이루어지고서도 노씨에 대한 애도-추모열기가

    고조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정론공방>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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